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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Slow Reading

[슬로리딩] #4 2학년 통합교과 주제독서 - 3월

[슬로리딩] #4

2학년 통합교과 주제독서 - 3월


1학기, 3월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준비한 독서활동

올해는 다시 저학년(2학년) 담임교사를 희망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과 창작동화를 마음껏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우선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에게 읽어라 하지말고, 읽어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떻게 변화해갈지 궁금했다.


아침 8시 30분

아이들은 출근한 선생님과 배꼽인사하고 하이파이브하며 손뼉을 맞춘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 저마다 받아쓰기를 펴들고, 10개의 문장을 소록소록 써간다. 받아쓰기?! 하지말라고 전달되었다던데. 음...... 아이들이 손가락 소근육을 움직여 글씨 쓰기를 매우 힘들어한다. 글씨 쓰기도 결국엔 얼마나 손으로 썼는지 그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따로 숙제를 내지 않기 때문에 글씨를 쓸 기회는 알림장 몇 줄 쓰기, 하루 세 줄 일기쓰기, 포스트잇에 문장 쓰기가 전부이다. 그래서 받아쓰기에 있는 10개의 문장을 쓰며 소근육 운동을 시키기로 했다. 물론 그 취지에 맞추어 암기해서 써내려가는 시험은 치지 않는다. 2주마다 금요일아침에는 짝과 한 팀이 되어 함께 선생님이 불러주는 10개의 문장을 완성해가는 짝활동을 한다.


아침 8시 50분

"자~ 교실 뒤로 모이세요~"

아침에 하는 활동을 마친 아이들부터 뒤로 하나 둘씩 모여든다. 교실이 넓어 뒷자리에 25명이 모두 모여 앉아도 공간이 남는다. 교실 놀이를 책상을 밀지 않고 할 수 있는 엄청난 교실이다. 작은 의자에 앉아 왼손에 책을 펼쳐들고, 손가락으로 줄글을 가리키며 천천히 읽어나간다. 구현동화같은 연수를 한 번도 받은 적은 없지만, 용기를 내어 무모한 자신감으로 목소리를 변조시켜가며 제법 그럴듯 하게 읽어준다. 딱 10분만. 혹은 한 단락이 끝나면 책을 과감히 덮어버린다.

"아~~~~~ 선생님 조금만 더 읽어주세요."

난 이 말을 듣는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뿌듯하다.


3월 프로젝트 주제는, '나'

2학년 통합 '봄' 교과서에는 2가지 주제로 제시되어 있다. '나', '봄'

3월 한달 동안 처음 만난 아이들과 '나'를 주제로 소소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주제에 맞추어 3월 한달동안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6권 골라 교실 옆면 책상위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글밥이 짧고 많지 않은 그림책들 위주로 골라져있다. 지난해 2015개정교육과정이 1,2학년에 적용되면서 2학년 선생님들께서 주제에 맞추어 책을 골랐고, 각 교실마다 1년동안 읽을 책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정말 멋지다.


교실 옆면에 책을 전시하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보다, 책 앞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되어지면 책에 눈길이 더 간다. 대형 서점에 가면 인기있는 책이나 새로나온 책은 이렇게 올려두어 눈에 잘 들어오도록 전시한다. 옷 가게에서도 옷걸이에 걸린 옷보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에 더 눈길이 가지 않나.



책 표지를 인터넷에서 찾아 다운로드 받아 스스로 읽은 책을 체크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간단하게 만들었다. 그 앞에 형광펜을 준비해두고, 다 읽은 학생이 스스로 자기 번호 아래에 있는 칸에 색을 칠해서 읽은 상황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읽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나 교사의 목소리로 직접 읽어주거나 함께 읽기 시작한 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3월에 읽어준 '쿵푸 아니 똥푸', '엄마사용법' 이 두 권을 천천히 읽어주었는데,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도서관으로 뛰어가서 구해오고 엄마에게 사달라고 해서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이 생길 정도였다.


괜찮다. 3월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