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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Slow Reading

[슬로리딩] #3 엄마 사용법, 저학년 추천도서

[슬로리딩] #3

저학년 추천도서

"엄마사용법"


조립설명서로 만든 엄마.

이번엔 책표지를 먼저 살폈다. 아직 큰 아이에게 읽어주지 않은 책인데, 내가 먼저 읽어보고 생각해본 후에 함께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표지를 보며 어릴 적 추억에 잠시 잠겨 본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 가는 길에 문구사 앞에 펼쳐져 있던 300원짜리 조립로봇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고급스러운 취미인 "프라모델 만들기" 이지만, 그 당시는 그냥 조잡한 플라스틱을 떼내어 조립하면 금새 간단한 로봇이 되던 장난감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인데 '생명장난감' 로봇 엄마. 어린이들에게 어떤 공감코드로 접근해가는 이야기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추억에 빠진 어른들의 호기심을 끌 제목이면 아이들의 호기심도 끌 수 있지 않을까.


p12 : 깜빡 잊고 익룡의 눈을 조립하지 않았거든. ...... 생명장난감은 한 번 조립을 마치면 되돌릴 수 없는거야. ......부딪치고, 부딪치고, 그러다 창문을 깨고 밖으로 떨어졌지. 그때 벌써 머리는 온통 파란 피로 범벅이었어.

이 부분을 읽어 가는데, 내 감수성이 이상한 걸까? 잔인한 감정이 여과없이 느껴졌다. '음. 좋지 않은 기분이다.' 이렇게 느꼈다. 생명이 있는 장난감인데, 너무 쉽게 다루는 모습이 불편했다. 작가님의 의도도 이런 감정을 일으키려 한 것이었을까. 뒤이어 나올 엄마 생명장난감에게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음 좋겠는데 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시대 엄마

p24: 민지는 토라져서 가 버렸어. 그래도 현수는 괜찮았어. 이제 곧 친구보다 훨씬 좋은 엄마가 생길 테니까 말이야.

이제 곧 친구보다 훨씬 좋은 엄마가 생길 테니까. 우리는 언제부터 친구보다 좋은 엄마를 잃어버리게 되었나? 나의 사춘기 시절.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들에게 그토록 잘 보이고 싶어했으면서. 매일 나에게 잘 해주는 엄마에게는 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 이제서야 나의 아이를 키우며, 내가 기억도 하지 못했던 그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했던 차가운 말들과 짜증들. 그 모든 것들을 사랑으로 다 안아주셨던 엄마. 그때 난 왜 좋은 엄마를 잃어버렸을까. 초등학교 저학년 <현수>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훨씬 좋은 엄마"는 내게 이미 있었는데. 그 소중함을 왜 이렇게 모르고 살았을까. 


p31: '엄마 사용법'이라고 적힌 종이 한장. ...... 엄마와 함께 행복한 집을 만들어 보세요. ...... 엄마가 있으면 행복해진대. 현수가 생각한 그대로야.

엄마가 있으면 행복해지는 이유를 한 번 적어볼까. 엄마가 왜 있어야 하는지 말이야. 내 사춘기 시절 엄마가 내게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엄마는 청소도 해주시고, 밥도 차려주시고, 빨래도 해주시고, 내가 불편을 느낄 시간도 없이 그저 다 해주시는 분. 그래서 남자는 군대를 가면 엄마 생각만 하면 우는 걸까? 나 대신 힘든 일들을 불평 없이 다 해주셨던 걸 뒤늦게 알아서?

정말 <현수>에게는 이런 이유로 엄마가 있으면 행복해진다고 했을까?


p49: "엄마는 아이를 돌보라고 있는 거야. 청소랑 빨래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 주고, 뭐든지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 주는 게 엄마야. 아침엔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밥 차려 놓고 날 깨워줘야지. 그게 아니면 엄마가 왜 필요하냐?"

<현수>의 생명장난감 엄마를 불량품이라고 놀리는 <정태성>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다. 하지만, <현수>에게 엄마란 다른 존재였다.


p67: "음, 안아주고, 책도 읽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엄마요."

p68: "~~~~~~???~~~~~~~~" (궁금한 분들은 책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현수의 할아버지는 현수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생명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엄마 같다고. 진짜 엄마와 장난감 엄마. 우리들에게 진짜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생명장난감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만든 "엄마사용법" 안에는 엄마를 집안일 -청소, 빨래, 요리-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엄마에게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건 엄마 사용법이 아니라 가전제품 사용법이다.

<현수>에게 필요한 진짜 엄마 사용법은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 내게 있는 엄마는 진짜 엄마일까 가전제품 엄마일까? 그건 누가 그렇게 정하는 걸까?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 고르기

"답을 찾은 것 같다. 네가 먼저 해 보이면 되지 않을까?" (75쪽)

<현수>가 할아버지와 함께 찾아낸  "진짜 엄마사용법"

작가의 빠른 이야기 전개 속에서 어른인-어른인 척하며 살아야 하는- 내가 책 속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우리가 좋은 친구만 찾다가 너무 빨리 어른처럼 행동해야 할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잃어버린 좋은 엄마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내게 보여주었다. 아니, 원래 좋은 엄마였던 그 날로 되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내게 보여주었다.


"주인이 웃으며 책이랑 공을 던졌어" (94쪽)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는 좋은 엄마와 아빠가 직접 될 수 있는 방법까지도 찾은 듯 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요리하는 것과 학원을 보내고 문제집을 풀리고 시험성적표를 검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본다. 아이들 가슴에 무엇이 스며들어야 하는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