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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Slow Reading

[슬로리딩] #1 변신 돼지 - 저학년 추천도서

[슬로리딩] #1

저학년 추천도서

"변신 돼지"




변신 돼지. 반은 토끼. 반은 돼지.

책표지를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딸에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고 있었는데, 딸이 갑자기 토끼가 돼지로 변한게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까,

"표지에 토끼가 반, 돼지가 반으로 그려져있잖아요."

라고 한다. 아차차. 책을 읽기 전에 그림만 보면서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방법을 깜빡했다. 책이 집에 도착하자 마자 들뜬 마음에 아이들과 소파에 앉아서 소리내어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실수다.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들은 책 속의 그림만으로도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다.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토끼가 돼지로 변한다니. 별나고 독특한 생각이다. 왜 하필 돼지로 변할까? 작가의 후기를 보니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내 어릴적 경험으로는 돼지는 친구들을 놀릴 때 사용하는 별명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을지 궁금해졌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가족 이야기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감성과 안정감을 주는 방법으로 동물을 키우기를 권한다. 대부분이 아파트 또는 다세대 주택의 생활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이를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물을 키우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찬이와 엄마 아빠는 스스로 조금은 뚱뚱한(?) 가족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에 대해 크게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엄마의 마음이 그러하듯 아이가 뚱뚱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넌지시 드러내준다. 나 역시 마른 것보다는 적당히 통통한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현대 문화에서 너무 마른 사람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존중하자고 하면서도 일괄적인 미의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자신을 비교한다. 이러한 우리 나라 문화 혹은 전세계적인 문화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는 내용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찬이네 가족은 가족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매우 끈끈하다. 이런 가정이라면 나도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가정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가족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요소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샛길로 새어볼까?

아이들이 집에서 키우고 싶은 애완동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강아지 같은 평범한 것 말고 혹시 아이들이 키우고 싶은 것은 없을까? 왜 그것을 키우고 싶은지 그 속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돼지로 변한 토끼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과 찬이의 입장이 되어 가상 가족회의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내가 작가라면 어떤 동물과 어떤 동물을 연결지어 하나의 동물로 새롭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 강아지의 머리와 새의 몸통을 이어서 그린 <개새>같은 그림은 우스우면서 창의적이기까지 했다. 아이들과 미술 시간에 나만의 동물 만들어보기 수업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책은 6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며 인물들 간의 갈등(사건)이 발생하고 점점 해결되어져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건들을 단락마다 정리해보면 이야기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 고르기

"아니, 그게 아니라. 다들 웃는 모습이 기가 막히게 예뻐요.

똑 닮았다니까요. 아빠랑 엄마, 애기랑 저기 돼지들까지." (75쪽)

이웃 아주머니가 바라본 찬이네 가족의 모습이다. 찬이 엄마는 스스로 뚱뚱한 외모에 조금은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웃 아주머니가 바라본 것은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가족의 웃는 모습이었다. 외모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이 풍기는 그 분위기. 같은 눈이지만, 사람마다 집중하여 보는 관점은 다르다. 모든 사람이 외모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이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