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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Flipped Learning

[거꾸로교실] #19 인권과 지구촌 문제점 4/5 - 연설하기 -

[거꾸로교실] #19

인권과 지구촌 문제점 4/5

-  연설하기 -


  • 발견한 문제를 전달하는 방법?

  인권에 대해 질문하며 시작된 생각은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확장되어지며 교실 밖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들에 눈을 뜨게 된 학생들이 세상의 변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가 알게 된 이 내용들을 단 한 사람에게라도 알리고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행동이 아닐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자신이 살아가는 주변을 바꾸기 위해 즐겁게 도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본 마지막 문장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IF NOT US, WHO?

 IF NOT NOW, WHEN?”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방법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 확실한 방법이 된다. 아이들의 삶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전달할 기회가 과연 얼마나 될까? 억지로 그 상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현재 삶에서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가져와 연설을 한다면 좀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반 아이들은 지난 여름방학 과제물로 독후감상문 딱 하나만 써오도록 하였다. 바로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이다. 1학기 역사 수업을 마무리하며,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백범일지>를 골랐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어린이를 위한 편집된 책으로 추천하여 읽도록 권하였다. 역사적인 내용으로 익숙해진 김구선생이 직접 쓴 연설문은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었고, 연설문의 기초를 배우기 위해 가장 모범이 될 만한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이라는 연설문을 통해 연설문의 특징과 타당도를 점검하는 방법을 함께 공부했다.

  거꾸로교실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디딤영상을 교사가 직접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제 자신의 주제에  맞는 영상이나 텍스트 자료를 잘 찾아내었다. 그 능력을 발휘하여 프로젝트에서 다루었던 ‘지구촌 문제들’에서 아이들 각자 가장 몰입할 수 있는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하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오는 과제를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그 주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보고 생각해 오는 것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방법을 찾아오는 것이었다.


  연설문을 쓰기에 앞서 모두 함께 어떤 주제를 선택했는지 이야기하고 칠판에 기록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쓸 연설문 마무리에서 어떻게 하자는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을 정리하도록 요구했다. 모둠별로 각자 선택한 주제를 모둠 칠판에 적고,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을 적어가며 모둠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정리된 각자의 생각과 내용들을 가지고 연설문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연설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설자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주제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더 상기시켜주었다.

  국어교육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는 ‘글쓰기’이다. 어린 아이들은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듣는 것이다. 듣는 것이 누적되면 서툴게 말하기 시작한다. 말하는 것에 익숙해질 때쯤 문자를 읽으려고 시도한다. 그렇게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자를 읽는 것에 익숙해진다. 가장 마지막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다. 국어 교육의 최종 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분명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쓰기 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바로 ‘고쳐쓰기’이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고쳐쓰기 단계이다. 고쳐쓰지 않은 글은 완성된 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고쳐쓰는 것은 쓴 사람이 자신의 글을 다시 돌이켜 보아야 한다. 그 과정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해주는 방법을 제시하면 학생들도 ‘고쳐쓰기’에 빠르게 몰입하게 된다. 고쳐쓰기 전과 후의 글을 비교해본 경험을 한 학생은 고쳐쓰기가 글쓰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고쳐쓰기’ 지도의 방법으로 글에 담겨있어야 할 항목들을 글 쓰기 전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고 정한다. 각 항목별로 색연필 색깔을 지정하여 둔다. 초안을 작성한 후, 짝이나 모둠 안에서 서로 바꾸어 각 항목에 해당되는 색깔로 밑줄을 그어준다. 그리고 돌려받게 되면 자신이 부족한 항목들을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이 과정만 거친 후, 다시 새로운 종이게 글쓰기를 하더라도 충분히 글 전체적인 맥락이 살아났고,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 호응이나 서술어의 높임법이 일관화되어 수정되었다.


  연설문 고쳐쓰기까지 마무리가 되면, 실제로 자신의 연설문을 들고 친구들 앞에서 연설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연설문은 생각을 남기기 위한 글이 아니라,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글이기 때문이다.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학생들의 몰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지만, 반 전체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연설문을 읽고 그 반응을 몸으로 느껴보는 경험은 꼭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설문이면 좋은 반응을 부족한 연설문이면 부족한 반응을 그대로 느껴보는 것. 부족한 반응이 실패라는 경험이 아니라 그러한 부족함이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무엇을 고쳐야 할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연설문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연설문을 쓰는 방법을 기준으로 바꾸어 친구들의 연설문에 어떤 기준들이 잘 들어가 있는지 동료평가를 하여, 좀 더 서로의 연설에 집중하게 했다. 30명의 연설을 이어서 듣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기는 했지만 약 2시간 동안 모든 학생이 친구들 앞에서 각자가 쓴 연설문을 읽어보는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