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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Flipped Lap

[로꾸꺼연구소] #20 "배움의 공간 프로젝트" 1/3부

[로꾸꺼연구소] #20

"배움의 공간 프로젝트" 1/3부

with C_program

 
  • 공간공감포럼?

지난해 여름에(지금 생각해보니 걸어가서 온 몸이 땀으로...이 몹쓸 기억력), 서울에서 <공간 공감 포럼>이 열린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하게 알게 되었다. 이 포럼이 C program에서 기획했다는 것도 이후에 알게 되었다. 평일 저녁시간에 진행되는 포럼이라 지방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는 무리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내어 어른들께 말씀 드리고 그 먼 길(?)을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올라갔다. 서울에 잠시 살았던 나였지만, 서울역에 도착하는 그 기분은 항상 나에게 낯설다.

어색한 지하철을 타고 포럼에 도착해서 공간에 대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참석한 포럼은 2일차로 <배움의 공간으로의 공감 - 바우건축>이라는 주제였다. 타카하루 후지 유치원의 공간, 지향초등학교의 복도 공간, 시흥초등학교 운동장 프로젝트, 맑은샘 과천대안학교 4곳의 사례들은 지금의 내 교실과 학교의 공간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포럼 마지막에 건축가분이 하신 말씀이 마음에 들어 기록해두었다.

" '짓지 않는 것', 물리적인 방식 외에도 가능한 방법은 많이 있다. 거창하게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가구(쌓을 수 있거나 빈 상자들)를 활용하면 된다. 점진적으로 아이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반 아이들은 매일 등교하는 교실로 들어설 때 어떤 감정일까?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인가 떠나고 싶은 공간일까? 호기심은 질문만 남긴채 포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 페이스북은 나에게 귀찮음을 가장한 '기회'의 공간

포럼을 다녀온 후, 다시 거꾸로교실 속으로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며 포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잊혀져갈 때쯤. <펀쿨>이라는 곳에서 선생님들의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이벤트가 있음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내가 이래서 페이스북을 끊을 수가 없다. 핑계다.)

교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없을까? 항상 돈이 문제였는데, 이렇게 쉽게 예산을 해결하게 될 줄이야. 교실을 내가 자주가는 카페처럼 바꾸고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들로 바꿀 수 있다면 교실이 교실같지 않다면(?) 수업이 어떻게 변할까? 내가 어떻게 변하고 아이들은 어떻게 변할까?

좀 쉽게 쉽게 편하게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좀 쉬라는 이야기도 최근 2년 동안 참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 바뀐 내가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지지 않는다. 한 가지가 끝나면 다시 뭐 재미있는 거 없을까 찾고 있는 내가 참으로 이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정말 나였지 않았을까. 정말 재미있는게 뭔지 몰랐는데, 그걸 알게 되니까 이제 멈출 수가 없다. 어른이 되고 나니(?) 나를 위한 시간이 참 부족하다. 잠을 쪼개어 가며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본다. 피곤하지만, 재미있다.

귀찮음이라고 적힌 버스가 내 앞에 선다.

나는 얼른 올라탄다.

귀찮다. 그런데... 재미있다.


펀쿨에서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공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신청하셨는데,  C program에서 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담당자분이 다시 연락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음... 뭐지...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난 그냥 몇 백만원의 예산만 지원받는 줄 알았는데...


나. 이상한가보다. 병에 걸린건가. 왜지....... 이걸 즐기고 있잖아. 연락이 온 분은 <한성은>님이라고 얼마 전 대전에서 열렸던 미래교실네트워크 거꾸로교실 캠프에 참관오셨던 관계자분 두 명 중 그 한 분이셨다. 내 초등 수업채우기도 직접 참여하셨다고 하신다. 난..... 안면인식 장애(?)인가보다. 미안합니다. 제가 먼저 알아봤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 <배움의 공간> 프로젝트 11월 시작. 팀원을 모으자!

한성은님은 당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오셔야 하는데 참석할 수 있냐고 물으셨다. 음. 나의 성향을 이미 알고 물으셨을 것 같다. 내가 무조건 올라갈것이라는. 지난해 가을에는 두번째로 원고라는 걸 쓰고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이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덥썩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난 참. 짱구도 아니고 아무도 못말린다.

11월 급하게(?) 이런 프로젝트에 나처럼 열정 하나로 3개월간 몰입할 수 있는 함께 준비할 학생들을 찾아야했다. 거꾸로교실을 경험한 학생들이라면 이미 2학기가 끝날 무렵이니 자신감이 폭발해서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었을테지만, 올해 난 2학년 담임이다.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 학생들과 1년간 함께 놀이하며 수업했다. 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이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없으니 어쩐다... 일은 저질렀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미래교실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워크숍을 기획한다. 그러한 워크숍 중 하나로 최송일님이 진행하는 디자인씽킹 워크숍을 참석하며 경험한 것을 발판 삼아서, 우리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왜냐하면, 내년에 공간이 마련되는 결과까지 학생들이 온전하게 참여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안내장도 손수 뚝딱 만들어서 5학년 담임선생님들께 도움을 얻어 집으로 보냈다. 무모했다. 하지만, 조금은 기대도 했다. 그 결과 생각보다 많은 15명의 아이들이 지원했다.(학원 가기 싫어 지원한게 아니라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기필코)

디자인씽킹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이 얼른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아직 온전하게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디자인씽킹 연수에서 소개 받았던 프로젝트를 떠올리고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소개했다.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무지개식판 프로젝트"

https://youtu.be/fvP0izeXJS4


이 영상을 아이들과 한 번 보고, 다시 끊어가며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답을 들어보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의 사진은 이 과정에 학생이 참여하며 학생이 정리한 학습지이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 첫 모임에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리 학교에서의 문제점이나 불편한 점들을 기록해보게 하였다. 그리고, 그 중 이번 모임의 주제와 비슷한 문제점들과 연결했다.

"수업이 끝나고 있을 장소가 없어요."

" 춤을 추고 싶은데 장소가 없어요."

"이야기 나눌 곳이 없어서 걸어다녀요."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아이들에게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적어보게 하였다. 처음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라하던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보며 연결하고 확장하며 칠판을 가득 채웠다.


각 모둠에서 칠판에 붙어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종이를 이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을 마지막 할동으로 진행하였다. 주어진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며 자신들이 필요한 공간을 모둠별 특색이 잘 드러나도록 만들었고, 제한된 시간이었지만 완성도도 생각보다 높았다.


아이들은 처음해보는 작업이라고 하면서 빠르게 몰입했고, 아래와 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오늘 워크숍 단 3시간만에. 역시 아이들에게는 믿어주고 기회를 제공하면 일단 뭐든 해낸다.


이렇게 만난 아이들에게 오늘 3시간동안 했던 워크숍의 소감을 선생님의 이메일로 보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생각보다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이 많았고, 그 결정을 워크숍 이외의 시간을 할애해서 이메일까지 보내는 정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메일에 각자 오늘의 경험을 정리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메세지를 보내왔고, 그 중 4명의 학생들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1부 끝> 


소비를 통하여 자기의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는 없다.

인간의 정체성은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

- 신영복, '담론'중에서 -